









- 원칙만 지키는 사람이 오히려 관계를 망치는 순간 -
조금만 어긋나도 큰 책임을 져야하는 조직에서는 사람들이 조심하기 시작합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사람들은 더 잘하려 하기보다 혼나지 않고 책임지지 않는 방법부터 찾게 됩니다.
겉으로는 질서가 잡힌 듯 보이지만 그 침묵 속에는 불신과 두려움이 쌓입니다.
이에, 2천 년 전 사마천은 ‘혹리’라는 사람들을 기록했습니다.
한 무제 시대, 황제는 강력한 중앙집권과 엄격한 법 집행을 원했습니다.
그 뜻을 누구보다 빠르게 실행한 사람들이 바로 혹리(酷吏)였습니다.
그들은 대부분 사사로운 돈을 탐하는 무능한 관리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청렴하고 유능했습니다.
문제는 법을 너무 강하게 믿었다는 것이었습니다.
① 조우, 규칙에 예외가 없었던 사람
조우에게는 신분도, 친분도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권력자든 외척이든 법에 걸리면 가차 없이 처리했습니다.
청탁을 막기 위해 사람들과의 접촉까지 줄일 정도였습니다.
그가 다스리는 곳에서는 아무도 쉽게 법을 어기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법을 존중한 것이 아니라 조우를 두려워했기 때문에 침묵했습니다.
조우 같은 사람은 조직에서 처음에는 높은 평가를 받기 쉽습니다.
원칙적이고 일처리가 확실하다며 말이죠.
하지만 모든 상황에 똑같은 잣대만 들이대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문제를 숨기는 데에 급급하게 됩니다.
원칙이 강할수록 그 원칙을 적용하는 사람에게는 더 높은 균형감이 필요합니다.
② 장탕, 권력자의 뜻을 먼저 읽었던 사람
장탕은 황제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빠르게 알아차렸습니다.
황제가 엄하게 다스리고 싶은 사건에는 법을 엄격하게 해석했고,
황제의 뜻에 맞는 판결을 만들어냈습니다.
그 능력으로 장탕은 무제의 강한 신임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법이 공정한 기준이 아니라 권력자의 의중을 실현하는 도구가 되니,
수많은 원한도 함께 쌓여갔습니다.
장탕을 두려워하던 사람들은 그가 약해진 틈을 노려 모함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황제의 신뢰까지 흔들렸고 장탕은 자신이 평생 다루었던
법과 고발 앞에서 궁지에 몰리게 됩니다.
끝내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사후 확인된 그의 재산은 거의 없었습니다.
자신이 믿었던 방식이 결국 자신까지 삼켜버린 것입니다.
③ 의종, 공포로 질서를 만든 사람
의종은 더욱 가혹했습니다.
죄인뿐 아니라 그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엄한 책임을 물었습니다.
중죄인들과 그들을 찾아온 사람들까지 대규모로 처형했습니다.
사람들은 그의 이름만 들어도 두려워했고 범죄는 줄어드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쌓인 원한은 결국 자신에게 돌아왔습니다.
그 역시 법을 어겼다는 명분 아래 처형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세 사람의 일화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법으로 사람을 지나치게 억누르면 사람들은 더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
숨고, 피하고,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한다는 것.
法令者治之具,而非制治清濁之源也
법령자치지구, 이비제치청탁지원야.
법령은 다스림의 도구일 뿐,
세상을 맑고 흐리게 만드는 근본은 아니다.
- 사마천, 《혹리열전》 -
원칙이 사람을 억압하는 무기가 되는 순간 그 원칙은 오히려 관계를 병들게 합니다.
규칙보다 중요한 건 그 규칙을 다루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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